Wednesday 13 October 2010

Savile row _1



Savile row는 런던 테일러샵이 늘어선 거리를 말한다.
이 거리에 있는 테일러 상점의 고객장부에는 처칠,넬슨경 그리고 나폴레옹3세와 같은
인사들의 이름이 기록되어있다. 지금도 여전히 장인의 솜씨가 담긴 맞춤수트를 찾는 고급취향의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0월11일은 Savile row에 위치한 상점들이 대외적인 홍보를 하는 날이다. 이 날을 위해 수천마일에서 양을 몰고 캐시미어 원단 상점들이
와서 캐시미어의 생산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에서 와서 양을 보고 직접 캐시미어 원단을 만져보고 근처 상점들을 방문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이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는 분명 많은 메세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런던의 옥스포트 스트릿은 하이스트리트패션 브랜드가 즐비하고 수많은 다국적 쇼핑객이 유동하는 장소이다. 다시 말하면 패션의 globalisation 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인해 패션 브랜드 간의 경쟁은 전례없을 만큼 심화되었고 트렌드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존에는 누릴 수 없었던 런웨이 스타일을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를 통해 소비할 수 있지만 동시에 매시즌 바뀌는 트렌드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복제가 난무하여 무엇이 오리지날인지 조차 규명하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 유일한 영역, 오리지날리티가 여전히 존재하여 그 의미만으로 Purity가 느껴져 성지라고 여겨지는 오뜨꾸뛰르 조차 그들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Savile row fair 가 지니는 의미를 단순히 양떼를 몰고 와 주변 쇼핑객이나 모으는 잔치 정도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 내가 걸치고 있는 가디건은 방글라데시 원단을 사용해서
영국으로 건너와 재단되어 상점에 디스플레이 되었고 내 눈에 띄어 내 손에 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나 이외에도 또다른 사람이 이 가디건을 골랐을 것이고 또 앞으로 1초 뒤에 어느 곳에선가 누군가에게 간택될 것이다. 즉, 이 가디건 한 장으로 인해 나는 나와 생전 마주치지도 않은 혹은 마주칠 일도 없는 사람과 연결되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관계는 철저히 비가시적이며 그 어떠한 비물질적인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savile row 는 어떠한가? 하나의 완벽한 수트가 탄생되는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직접 양을 보고 양모를 만질 수 있고 수트가 재단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수트는 그 자체로 고객에 모든 것을 반영한다. 고객의 취향, 신체적 특징 심지어 결함까지도 고스한히 수트 한 벌에 담긴다. 따라서 재단은 단순히 고객의 신체를 측정하는 행위 그 이상을 내포한다. 나는 상점에서 테일러가 고객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고객 가족에 안부를 물으며 신체치수를 재는 모습을 보았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는 등..그들 사이에 오랜 유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오랜역사를 지닌 상점인 만큼 고객장부가 놀라울 만큼 두꺼웠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오랜된 장부에 기록된 고객들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수십년 혹은 백년 동안 동일한 원단 구매처와 거래하며 기존의 오래된 재단방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메트로폴리탄 거리에 양떼가 무리지어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했던 과거가 아직도 어딘가에 존해라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만 같았다.

1 comment:

Oldman said...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인과 고객 사이의 가볍지 않은 관계군요. 참 좋은 모습을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