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6 January 2011

Fashion essay-2:trench coat

내가 평생 트렌치 코트를 탐할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

고백하건데, 나는 정말 트렌치 코트가 많다. 어쩌면 더이상 산다면 분명 다른 이의 비난을 살지도 모른다. 베이지, 블랙,카키,화이트,다크그린의 트렌치 코트가 나름 그 차별적 용도와 디자인을 핑계로 나의 옷장에 걸려 있다. 그리고 최근에 나는 그 저돌적인 샤이닝함과 오만한 퓨쳐리즘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는 골드 컬러의 트렌치 코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구매를 감행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트렌치 코트가 더 갖고싶다. 버버리의 그라데이션 코트는 내가 크림색 코트를 구입하는데 주저했던 동기를 단숨에 상쇄시켜 줄 것 같으며 엔젤에서 본 코트는 신축적이면서도 보온성이 있어서 추운날씨에 트렌치 코트를 입을 수 없어 늘 아 쉬워하던 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빈티지 숍에서 본 발목까지 떨어지는 아쿠스큐텀 코트는 잉그리드 버그만 그 것을 연상시켜 나의 우아한 40대를 보장해줄 것만 같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는 트렌치코트가 잘 어울린다. 키가 크고 쇄골뼈가 한 일자로 쭉 뻗은 덕분에 또한 다행히도 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으면 나름 핏이 산다. 물론 내 몸의 결점도 적절히 가려주기 때문에 나는 매 시즌마다 재해석되는 트렌치 코트의 위티하고 영민한 디자인에 늘 감동하고 매 세일시즌 적 마다 나를 매료시켰던 코트를 다시 찾아나서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의 트렌치 코트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에 대한 변명 구실이 하나 더 있지 않는가? 나는 런던에 있다. 여기서 살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예기치 못한 비를 맞는 일이 대수롭지 않고 급작스럽게 돌변하는 밤바람에 당혹스러워 하지않는다. 이런 날씨에 정말 제격인 외투는 비에 맞으면 늘 세탁을 요하는 캐시미어 코트도 모피 코트도 아니다. 정말 트렌치 코트가 제격이다. 그리고 떠올려보라. 비비안 리가 워털루 브릿지에서, 오드리 헵번이 맨하탄에서, 험브리 보가트가 카사블랑카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입은 옷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그래서 트렌치 코트는 동시에 서정적이다. 영국군 장교용 외투에서 유래했지만 그것이 주는 이미지는 애뜻하고 아련하고 쓸쓸한 그 어떤 날 잡지 못했던 무엇과 닮았다.
베이지 컬러의 벨트가 있고 견장이 달린 더블버튼 클래식 코트는 입는 이로 하여금 견고하고 단정하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그 뒷모습이 입는 이의 숨겨진 유약함과 뜻 모를 고독감을 대변하는 듯 싶다. 허리로 갈 수록 좁아지다 다시 에이A자로 퍼지는 실루엣이 그리고 살짝 들어올린 칼라가 이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명민한 크리스토퍼 베일은 스터디드 장식을 하더라도 드레이핑 방식을 가미하더라도 숄더에 셔링처리를 하더라도 트렌치 코트가 갖고 있는 그 클래식한 아우라만큼은 늘 지켜낸다. 고전적이면서 모던한 세련미가 있고 실용적이면서 센티멘탈한 미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단 한번도 소장하고 있는 트렌치 코트가 지겨워 진 적이 없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은 블랙 트렌치 코트는 그 클래식한 디자인과 독특한 변형 덕분에 지금도 나의 베스트 아이템이다. 다른 코트들 역시도 몇년 째 입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입을 참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나를 매료시킬 트렌치 코트의 굴복할 마음가짐이 되어있다. 평생토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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