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28 October 2010

Faust


27/Oct in Young Vic

친구들과 young Vic에서 파우스트를 보았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솔드아웃된 상태인데 친구가 표를 구해서 가게 되었다.

이 극단은 원작을 젊은 감각으로 각색해서 성공을 거둔 경험이 많다. 원작의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 아크로바틱한 율동을 가미하거나

획기적인 무대세트를 꾸며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주력하는 편이다.천장에 그물을 설치해서 배우들이 그물과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가 갖는 깊이를 담아내기에 부족하지만 재기발랄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파르나서스 박사,메피스텔레스,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보았을법한 요소가 뒤섞여 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원작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파우스트 자체도 독일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오리지날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날리티를 증명하는 것이다.

비범함, 통렬함, 독창성을 보이는 각색이라면 말이다. 과거로부터 그 숨결을 빼앗아 현대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작업이 아닐까?

파우스트는 인간 본질적 문제에 대한 탐구여정이라고 보면된다. 무엇보다 인간의 이중적 모습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지금도 그 깊이와 의미를 잃

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메피스토와의 거래는 무수한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유혹당하기 쉽고 굴복당하기 쉬운 인간,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도

선택 앞에서 도리어 복종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인간, 세월이 지남에 따라 좌절과 실패 속에서 현명해졌다는 생각이 들 찰나에 어리석은 모습

보이는 구제불능적인 인간...이 모든 모습이 바로 우리 인류가 보여주고 그리고 늘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면이다.

완벽하지 못하기에 완벽함을 구현하는 신을 가정하여 구원을 모색하지만 끊임없이 그 존재를 의심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진실은 "아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뿐인거 같다.

우리가 고결하고 신성하다고 믿는 그 절대적 가치들이 진정 영원성을 갖는 것일까? 성스러움, 사랑 , 미 이런 것들이 진정 영원성을 담보하는 것

일까?

아,,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지금은 진실이라 할 수 있겠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리

러니한가? 그러니 내가 그 순간만큼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고 동공이 커지고 엔돌핀이 증가하고 현기증마저 살짝 느꼈다면,그리고 이 복잡다

단한 감정을 유한한 언어로 아름답다고 평가했다면, 어쩌면 그래도 가장 진실에 가까웠을 순간이라고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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